“히터 끄고 켜기” 인공위성 노화방지

 ’20대부터 노화는 시작된다’, ‘피부 노화의 주범은 자외선’, ‘근력운동으로 노화를 막을 수 있다’, 눈에 잘 띄는 건강정보 기사 제목입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화는 우리 인생 주기의 절반에 가까운 관심사가 됐습니다. 더 젊고 더 오래 남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 인공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명이 다 된 운명 아니냐고? 뭐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고 하더군요. 노화를 늦추기 위해 인공위성의 히터를 끄고 켤 수 있는 게 사실일까요?

“아리랑 2호는 아직 돌고 있다” 천리안 위성 1호는 당초 수명보다 2년 연장한 9년… “(2020년 4월 1일 기상관측 임무 종료 시점) 5년의 정규 임무를 마치는 아리랑 5호의 운용 기간을 2020년 8월까지 2년 연장…”(2018년 8월 21일 기사) 굿바이 아리랑 2호… 애초 운영 수명을 3년으로 설계됐는데, 2년씩 설계됐다가

우주로 간 우리 위성들은 반드시 한 번 이상 임무 연장이 결정됐습니다 아리랑 2호는 처음 3년에서 3배로 늘어난 총 9년간의 임무를 수행해 현재까지 설계수명에 비해 최장 인공위성이 되었습니다. 우리 위성 개발진을 만나면 한번씩 들을 이야기가 있어요. “아리랑 2호 아직 잘 돌고 있어요” 저 혼자 우주를 배회하는 위성을 잠시 머릿속에 그려놓고는 곧바로 “요즘 뭐하고 지내냐”는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보통 임무종료가 선언되면 연구용으로 전환하죠. 본연의 임무는 아니지만 남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궤도 수정도 하고 어렵게 교신이 가능하다면 영상의 품질도 확인해 보겠습니다. 위치 확인은 잘 할 수 있고, 궤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설계 수명, 임무 수명, 여명… 헷갈리죠? 설계 수명은 정규 임무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입니다. 이 시기가 다가오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기정통부는 각 분야 전문가 중심으로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기술 점검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위성의 본체·탑재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교신은 좋은지, 궤도는 유지하고 있는지, 연료는 남아 있는지, 영상의 품질이 좋은지 등을 확인하는군요. 이 위원회를 통해 임무 연장이 결정되면 임무 수명이 연장될 것입니다. 이후 같은 절차를 거쳐 임무 종료가 선언되면 인공위성은 천천히 지구로 추락하거나 더 먼 우주로 보내질 때까지 남은 수명을 살게 됩니다.대부분의 인공위성은 더 이상 궤도의 속도를 얻을 수 없을 정도로 고도가 떨어지면 대기권을 초고속으로 통과하여 소멸합니다. 이 기간은 50~70년 정도 걸립니다. 먼저 임무기간까지 더하면 인공위성의 총수명은 사람과 비슷한 샘입니다. 위성개발 역사가 20여 년밖에 안 된 한국에서 지구에 다시 안겼다는 소식을 전한 인공위성은 아직 없습니다.

전자파 시험을 중인 차세대형 위성 1호 우주환경시험 때부터 인공위성은 금박복(다층박막단열재)을 입고 있다.인공위성의 실제 내구성은 설계수명의 두 배. 이처럼 우리 위성이 설계수명을 훨씬 넘어 두세 배까지 임무를 연장할 수 있는 이유는 당연히 튼튼히 해서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뿐만이 아니에요. 전 세계 인공위성 개발국(혹은 개발사)이 수명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품은 같은 것을 2개씩 넣고, 1개가 고장나거나 손실되면 다른 1개를 작동시킵니다. 노화의 주범 중 하나인 우주방사선(Spaceray)을 차단하기 위해 하나하나를 그대로 실을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전장품이 취약합니다. 반도체 설계는 기본으로, 세라믹 등으로 전체를 덮어 버리는 패키징으로 중무장을 합니다. 우주에 그대로 노출되는 표면은 더 심하다. 위성을 덮고 있는 금박지(다층 박막 단열재)는 우주선과 태양열을 막아줍니다. 태양 전지판 역시 마모가 심하기 때문에 설계 면적을 크게 확보해 두게 됩니다. 열을 빼는 방열판도 오염물질이 쌓여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여 설계되었습니다.

▶인공위성 오염물질을 미리 배출하는 베이크아웃 blog.naver.com/karipr/221563762562

즉, 대부분의 위성의 실제 내구성은 설계 수명의 2배 이상으로 제작되었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워낙 1회 발사 제작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실패와 고장률을 줄이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입니다. 덕분에 큰 고장이 아니라면 싣고 간 연료가 전혀 떨어지지 않으면 더 오래 쓸 수 있겠네요. 특히 수리가 안 된다는 건 인공위성의 가장 큰 약점이죠. 단 한 가지, ‘능동적’으로 수명관리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히터입니다. 히터를 어떻게 켜죠?

인공위성히터는 부품 5개에 개별적으로 장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히터 패널이 부족한 경우, 같은 패널에 위치한 부품은 동시에 열제어가 가능하도록 히터를 적절히 배치한다. <사진출처=aascworld.com> 두 개의 히터로 극한의 추위를 막는다.기본적으로 인공위성 열제어는 단열(다층 박막 단열재)을 기본으로 추운 곳에 히터를 켜는 방법으로 합니다. 자동차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것보다 히터 쪽이 연료 소모량이 더 적을 것입니다. 기계 자체의 발열은 히트 파이프가 어느 정도 억제되어, 태양열이 강하게 들어올 때는 방열판의 열을 빼줍니다. 이 4가지(단열재, 히터, 히트 파이프, 방열판)가 인공위성 열제어의 기본입니다만. 이 중 오로지 능동적으로 열 제어를 할 수 있는 것이 히터입니다. 땅 위에서 ‘끄고 켜라’ 이렇게 명령하는 거 아니에요 꺼지고 점등하는 온도 범위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작동온도가 -20℃에서 30℃ 사이라면 히터는 -10℃이고 0℃가 되면 꺼지기도 합니다. 이 작동범위는 컴퓨터를 통한 명령으로 지상에서 조절할 수 있는데요. 특히 꼭 필요할 때가 있어요.

▶인공위성 히트파이프가 궁금하다면 blog.naver.com/karipr/221667640030

예를 들어 달 탐사선은 태양-지구-달-위성의 순서로 배열되면 위성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저하됩니다. 저희는 이것을 월식이라고 합니다. 이때 히터 작동 온도 범위를 그대로 두면 과도하게 가동하게 됩니다. 전력도 최대한 아껴야 하는데 히터를 많이 끈다고 해서 방전되면 우주선이 위험해지잖아요. 이럴 때는 히터의 작동 온도를 낮게 설정해 오히려 생존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정지 궤도에 올라가 있는 천리안 위성도 춘분과 추분, 그리고 일식 때 태양 빛에 가려집니다. 역시 방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온도 제어 소프트웨어에 새로운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인공위성의 설계수명이 길수록 정교한 열제어 소프트웨어가 들어갑니다. 내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내렸을 때 이외에도, 라이프 사이클로 몇개의 모드로 단락짓는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촬영 품질은 아주 좋은데 태양전지가 노후해 전력량이 부족하면 히터 가동 범위를 조정하는 겁니다. 이와 같이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따라 작동하는 히터가 있는 반면 기계적 스위치도 있습니다. 열이 일정정도 가해지면 자동으로 사라지는 방식입니다. 비록 온도를 능동적으로 제어할 수는 없지만 우주에서의 비상사태를 고려하면 이 두 히터를 능숙하게 사용해 노후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달 궤도선에도 열제어 소프트웨어가 들어간다.

기획제작 : 항공우주Editor 이종원 내용감수 : 위성기술연구부 장병관 박사